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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희 (LIM EUN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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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 EUN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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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기 좋은 곳 Blue Shades
60.6x72.7cm, oil on canvas, 2022

클레마티스꽃 속에 몸을 숨기고 그 틈으로 바깥을 바라봅니다.

불안한 인간은 식물의 색으로 자신의 보호색을 만들고 편안한 곳에 몸을 숨깁니다.

넝쿨식물로 다양한 색의 꽃을 피우는 클레마티스는 고결함, 아름다운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습니다.

가볍게 구불거리는 클레마티스의 매력적인 곡선과 질감을 좋아합니다.

핑크 또는 마젠타색 계열의 꽃이지만 강렬한 색감을 모두 배제하고 푸른색을 사용했습니다.

색을 배제하고 명암과 선만 남겨 숨어있는 인물의 감정도 모호하게 했습니다.

선의 움직임은 드로잉처럼 가볍고 움직임이 느껴지도록 일필에 표현했습니다.

온몸을 덮은 푸른 꽃잎은 감정과 생각의 변화에 따라 미묘하게 움직입니다.

동물의 촉수처럼 부드럽고도 리드미컬하게 움직입니다.

편안하게 숨어서 바깥을 탐색하고 감정도 드러내는 꽃잎은 감각기관이자 외부와 소통하는 창구인 셈입니다.

꽃 속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편안함과 안정감 속에서 타인의 세계와 내적으로 소통하려는 시도를 함께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숨어있기 좋은 곳 Green Shades
72.7x90.9cm, oil on canvas, 2023

마음이 서러울 땐 식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주인공은 세상의 폭력에 맞서는 방법으로 자신이 스스로 나무가 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세상의 음식을 거부하고 숲으로 들어가 흙 위에 뿌리를 내립니다.

폭력은 존재의 존엄성을 부정하고 불안을 느끼게 합니다.

불안과 폭력을 피해 식물이 된다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몸과 마음이 평안해질까?

몸에서 잎과 꽃이 피어난다면 어떤 감촉일까? 상상해 봅니다.

입 속에선 씁쓸한 풀의 맛이 감도는 듯하고 혈관에도 수분 가득한 녹색의 싱그러운 혈액이 흐르고 있지 않을까요?

감정의 뜨거움으로 달아오른 체온도 시원하게 내려갈 것 같습니다.

나의 붓질이 거듭될수록 수많은 녹색의 잎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며 질서가 만들어집니다.

크고 작은 잎사귀들의 방향과 움직임들이 마치 시처럼 즐거운 운율을 만들어 줍니다.

자연 속에 몸을 맡기고 싱그러운 연초록 잎사귀의 운율 속에 숨어 세상을 내다봅니다.

초록의 화면을 바라보며 과열되고 불확실한 불안의 온도를 낮추고

수분 가득한 청량감으로 편안함을 느끼길 바랍니다.

불안 속에 피는 꽃 (Angstblüte, 앙스트블뤼테)
91x116.8cm, oil on canvas, 2023

최후의 환경에 처한 식물은 생존에 대한 불안으로 더 많은 꽃과 잎을 피워냅니다.

Angstblüte, 앙스트블뤼테는 '불안 속에 피는 꽃’이라는 뜻입니다.

생존을 위해 존재를 확고히 하며 피어나는 꽃 속에 아이가 숨었습니다.

아이는 강인한 꽃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요술봉 속에 저장합니다. 저장된 에너지는 어떤 힘을 가질까요?

추억 속의 요술봉을 작품 속에 소환해 보았습니다.

만화 영화 속 주인공은 요술봉을 들고 착한 일, 좋은 일을 펼치며 활약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조용하고 소극적인 인물로 묘사되곤 합니다. 숨김과 드러냄의 이중 감정을 가진 작품 속 인물은 꽃들의 에너지를 모아 요술봉에 담고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어 합니다.

핑크 색감으로 가득한 클레마티스 속에 다소 맹랑한 표정의 아이는 현실이 아닌 상상 속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요술봉으로 뾰로롱!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를 전해줍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상상에 맡겨봅니다.

Green Wave
72.7x90.9cm, oil on canvas, 2023

머리에서 자라는 푸른 잎들이 온몸을 덮고 있습니다. 잎들은 온몸을 덮어 숨기고 몸은 잎에 순응합니다.

길게 출렁이는 잎은 감정과 생각의 변화에 따라 움직입니다. 잎은 몸을 보호하며 동물의 촉수처럼 외부를 탐색합니다. 춤추듯 부드러운 풀의 움직임은 규칙적인 리듬 안에서

매우 유동적으로 움직입니다. 인간은 동물과 식물의 특징을 모두 가진 경계에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머리에서 자라는 푸른 잎은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그 감정을 이성적으로 제어하려 애쓰는 대신 몸을 덮도록 허용합니다. 떨쳐내려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유심히 바라보고 인지하며 감정을 정리합니다. 불안은 존재 보호에서 시작되었음을 인정하고 그 감정의 파도 안에서 음악의 리듬을 느끼고 자유롭게 변주합니다.

내 안에서 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바라볼 때 비로소 평안에 이릅니다.

숨어있기 좋은 곳
72.7x90.9cm, oil on canvas, 2022

불안을 꽃으로 위장하고 꽃그림자 속에 숨어 밖을 봅니다.

여름 정원에 피는 다채로운 꽃들은 화려함의 절정을 뽐냅니다.

그 속에 숨은 인물은 푸른색으로 표현되어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짙은 그늘속 그림자 같은 인물과 열정적인 붉은 색의 양귀비가 상반된 분위기를 만듭니다. 붉은 꽃은 선뜻 드러내지 않은 인물의 격렬한 감정을 대변하여 표현했습니다.

양귀비 붉은 색감은 이글거리는 태양과도 닮았으며 꽃잎은 춤추는 듯 움직입니다. 숨김과 드러냄의 이중적 감정의 푸른 인물은 양귀비 정원에 자신을 숨겼습니다.

절제된 표정으로 밖을 내다보며 자신의 뜨거움을 드러낼 시간을 기다립니다.

“나는 내 안에서 자라나는 감정과 기억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인지하고 정리할 때 평안을 느낀다. 정리된 감정과 기억 들로 이야기를 만들고 선과 색의 움직임을 통해 이미지로 전달한다.”

인간의 감정은 모호하다. 분명한 감정도 있지만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려운, 이중적이고도 미묘한 감정도 있다. 기억 또한 마찬가지이다. 기억은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채 수시로 스멀스멀 떠오른다. 기억 속의 감정이라면 그 모호함과 혼란은 더욱 커진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모호함은 인간을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는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은 많이 하지만 감정을 정리하는 훈련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감정과 기억 정리의 훈련 과정이며 결과이기도 하다.

'숨어있기 좋은 곳' 시리즈는 인간의 불안 또는 미묘한 감정을 동물과 식물의 생존전략에 담아낸 작업이다. 존재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동물의 위장술과 체취를 통한 영역표시의 방법이 있고, 식물은 꽃을 피워 씨앗을 퍼트리거나, 독성을 지님으로 포식자의 섭취를 피하는 방법이 있다. 동식물 모두 존재의 숨김과 드러냄의 두 가지 생존전략을 가진다.

나의 작업 속 인물 또한 숨김과 드러냄의 두 가지 방법으로 불안을 해소한다. 꽃 속에 숨어 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몸에서 풀과 꽃이 자라나 전체를 덮기도 한다. 보호색으로 몸을 바꾸고 꽃 속에 숨어 자연이 주는 안정감을 느낀다. 자연은 내면을 성찰하기에 좋은 곳이면서, 바깥은 탐색하고 소통하기에도 좋은 곳이기도 하다.

머리에서 자라는 푸른 잎들은 인간 내면에서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생각과 감정들의 표현이다. 풀은 자라나서 온몸을 덮어 몸을 숨기고, 움직이는 촉수처럼 변화하기도 한다. 촉수는 외부의 움직임을 알아내는 예민한 감각기관이다. 내 작업 속의 식물성 촉수는 인물의 감정과 생각에 따라 움직이고 외부의 감정과 생각도 탐색한다.

길어진 풀의 움직임은 매우 유동적이고 춤을 추듯 반복되는 곡선을 이룬다. 굴곡 많은 인간의 감정이 촉수의 움직임에 패턴을 만들고 그 곡선은 음악처럼 자유롭게 변주된다.

예측이 가능한 리듬 안에서의 색과 선의 움직임은 불확실성을 해소하여 편안함을 주며 새로운 조형 요소로 화면을 구성한다.

현대인에게 '불안'은 흔한 감정이다. 소설가 알랭드 보통은 비교, 사랑 결핍, 불확실성 등에서 인간의 불안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넘치는 정보와 SNS에 의해 끊임없이 나 자신을 노출하고 또한 타인을 들여다보는 삶을 살고 있다. 비교와 인정 결핍 그리고 미래의 성취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불안을 느낀다. 불안은 또 다른 이름의 욕망일 수도 있다. 이러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의 정리와 해소를 위해서는 타인의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닌 나 자신만의 기준이 필요하다.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과 정서를 먼저 살피고 이해해야 한다.

'숨어있기 좋은 곳’ 시리즈는 자연 속에 안전하게 몸을 숨긴 자기 모습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 안의 감정과 욕망을 인지하여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과정이다.

나의 작업 속의 인물은 식물로 위장하여 자연 안에 안전하게 숨어있다.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정리하여 단순화된 색감과 부드러운 선의 리듬으로 평안함을 전한다.

긴장하지 않은 내면의 집중력으로 자연과 교감하며 식물과 동물과 인물의 이야기를 들어보길 바란다. 자연은 인간을 치유한다.

약력
상명대학교 서양화 졸업(1987), 상명대학교 예술대학원 미술학과 석사 졸업(1989)
1987-1989 상명대학교 조교, 1996-2002 상명대학교 강사
2006-2008 Parkland Collage (IL. USA) / Photography & Drawing
개인전 및 초대전 5회, 아트페어 9회, 단체기획초대 8회
소장 이력
  • 상명대학교 도서관
  • 중소기업 진흥공단
  • 행복한 백화점
  • 비주얼 갤러리 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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